세상구경

화산 청죽 매송 교매

교매(喬梅) 2013. 5. 5. 08:35

 

등고선 회원들의 이름을 대신할 무엇인가를 고민하다 각자에 어울리는 나무를 생각하게 되고 이를 근거로 새 이름, 좀 더 거창한 표현으로는 雅號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면서 이왕이면 내손으로 그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아호는 보통 살았거나 인연이 있던 장소(所處以號), 이루고자하는 뜻(所志以號), 처한 환경이나 여건(所遇以號) 그리고 자신이 간직하거나 좋아하는 것(所蓄以號)에 따라 짓는 것인데 이왕이면 등산을 고대하는 선한 사람들답게 각자의 나무를 갖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어느 인문학자의 나무세기(지성사, 2002)’에서 신화와 역사 속의 나무들에 대한 얘기와 함께 첫번째 나무책을 쓰며 나무공부에 흠뻑 빠졌던 계명대학교 사학과 강판권 교수의 최근작 나무열전(글항아리, 2007)’을 탐독하며 나무에 숨겨진 역사와 한자를 공부하였고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나무에 대한 책들을 다시 꺼내 들었다.

지난 해부터 고민하면서 사실 금도현 회원에게는 소나무(), 김생곤 총무에게는 매화나무(), 그리고 김이돌 회원에게는 느티나무()와 참나무()을 생각해 둔 터여서 쉽게 아호가 완성될 것 같아 년초 산행에서 올해 내로 이름을 하나씩 지어보겠다고 약속을 하였으나 약간은 부담스러웠다.

두어 달이 지나며 금도현, 김생곤의 아호는 한두 글자로 좁혀졌으나 여전히 김이돌 회원의 경우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67차 산행으로 방장산 등행 후 들른 고창읍성의 맹종죽 숲에서 본 순태형의 모습이 그렇게 편안해보이고 잘 어울리는 듯하여 대나무()로 정하고 나니 마침 松竹梅歲寒三友로서 이보다 더 어울리는 것이 없을 것 같다며 스스로 흡족해 하였다.

며칠 후 회원들의 이름을 완성하고 산행 전날 연구실에서 각자의 아호와 그 풀이를 나의 바램과 함께 적어 각각 봉투에 넣어 준비해 두었다

 

금도현에게는 每松, 평소에 소나무를 좋아하며 언제나 소나무처럼 향과 쓰임새가 많았으면하는 바램을 닮았다고 적었다.

김이돌에게는 靑竹, 언제나 변함없는 맑은 성품이 푸른 대나무를 닮아 드립니다라고 적었다.

그리고 김생곤에게는 喬梅, 매화나무를 가꾸며 매실을 나누니 매향처럼 향기롭고 매실처럼 널리 사랑 받으라는 뜻으로 키 큰 매화나무의 뜻을 담았다고 적었다.

그리고 글의 말미에는 樺山 문광덕 드림이라 적었다.

자작나무()를 내나무로 정하고 어떤 글자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회원들 셋은 세한삼우로서 잘 어울리는데 나만 빠질 수 없어 松竹梅가 숲이나 산에서 그것도 자작나무가 있는 곳에서 함께였으면 좋겠다고 하여 이나 을 생각한 끝에 그래도 등고선 멤버라는 생각으로 樺山으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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