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고선
제22회 산행일지 : 경북 문경 희양산(희양산의 비밀)
일시 : 2004년 5월 26(수)
날씨 : 맑고 흐림
산행코스 : 봉암사 - 백운대 - 지름티재 - 희양산 - 홍문정
산행시간 : 7시간 (이른 11시 00분 ~ 늦은 6시)
프롤로그.....
(5월 이달은 등고선 산행을 두 번했다. 지난 15일 소백산 정기산행을 다녀오고 또다시 열흘만에 산행이다. 산에 가는것은 좋은데 짧은 글솜씨로 산행기를 쓸려니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라 사실 이번 특별산행은 산행기를 써야하나 말아야하나 한참 고민을하다 요즘들어 바쁘기도하고 이런저런 핑계로 쓰지 않을려고 마음먹고 있다가 왠지 찝찝한 마음과 멀리서 혹~시라도 이제나 저제나 언제 올라오나 하고 기다리지는 않을까하여 마음을 달리먹고 산행기를 올리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번 산행은 매월 정기산행은 아니지만 등고선의 22회 공식산행으로 인정하기로 하였다.)
지난달 4월 무학산 정기산행때에 5월정기산행은 5월 26일(수) 석가탄신일때 1년에 단한번 개방하는 문경 가은 봉암사가 있는 희양산을 가면 어떻겠느냐고 내가 제안을 한적이 있었다. 다들 그런 사실을 몰랐는지 그럼 당연히 희양산으로 가야지 하고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는 것 같다. 사실 애초 나의 의도는 5월 정기산행을 이것으로 때울려고(?) 했었는데 김이돌 금도현 두회원은 5월 정기산행은 별도로하고 희양산 산행은 특별산행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같아 본의아니게 5월달은 등고선 산행을 2번하게 되었다. 물론 나도 산행이야 몇 번인들 많이 하고싶지만 모처럼만의 휴일을 나의 팬들(?)을 외면하고 혼자만 산으로 내뺄려고 하니 미안한 마음에 갈등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두 사람은 내가 가지 않아도 둘이서라도 갈 작정인 것같은 눈치다. 나도 조직을 배신할수는 없지... 어찌되었던 아침 7시10분전 집을나선다. 오늘도 금도현 회원집에서 8시까지 만나기로하였다. 늦을까봐 과속을 했더니 8시 조금되지 않아 도착하였다. 배낭을 옮겨싣고 아파트 입구로 나가니 김이돌 회원 차가 막 들어온다. 오늘도 부인 김헌선님과 함께다. 두분다 새로운 재미에 푹 빠지신 모양이다.
정답게 인사를 하고, 바로 고속도로에 몸을 싣고 상쾌한 바람을 가르며 거침없이 달린다. 오늘도 약간 흐린 날씨가 산행하기에는 그만이다. 서대구 나들목을 통과하여 경부고속도로 구미까지 가는길이 얼마전 편도4차로가 개통되어 시원스레 내달린다. 구미에서 동대구까지 4차로 개통이 되었는데 개통후 구미까지 가는길은 오늘이 처음이다. 그동안 정체가 심하던 구미까지의 길이 이제는 장난이다. 구미를 지나 상주까지는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시원스레 뚫려있다. 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 날다시피하여 북상주까지오고 톨게이트를 내리자마자 문경(점촌)까지는 국도가 거의 고속도로 수준으로 잘닦여져 대구에서 출발한지 약 한시간 남짓지나 문경(점촌)에 도착하였다. 예전 12년전에 점촌으로 처음 발령받아 1년동안 생활했던 적이 있는 지역이라 감회가 새롭다. 그때까지만해도 대구에서 점촌까지는 두시간이 꼬박 걸려야 도착할 수 있었는데 세월이 참 좋아지긴 좋아진모양이다.
여러 가지 상념에 젖어있다보니 어느새 가은 봉암사 진입 마을입구에 도착하였다. 마을입구 한참전부터 차가 꼬리를물고 앞이 보이지 않는 위치까지 도로 양쪽으로 주차를 하고 있다. 1년에 한번밖에 개방하지 않는 특이한(?)사찰이라 전국각지에서 절 구경하러 온 인파가 대단하다. 주차를하고 한참을 걸어가야하나 하는 순간 봉고차 한 대가 멈추더니 타라고한다. 앞에 업무차량 표시가 붙은 봉암사 임시수송용차량이다. 오늘 웬 횡재수? 얼른 올라타고 가다 몇분을 더 태워서 가는데 우와~ 주차한 차들과 사람들이 장난이 아니다. 1키로정도 가다보니 봉암사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려고 길 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도 엄청나다. 우리는 봉고차로 10여분을 가서 봉암사 입구까지 갈 수 있었다. 약6키로는 족히 되지싶다. 이 길을 걸어서 온다면..... 재수좋게 1시간은 덕을 본 셈이다. 차에 내려 100여미터를 올라가니 봉암사 입구가 나온다. 신비에 가려져 있는 절. 1년에 한번만 개방한다고하니 웬지 더 신비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거니와 마치 북한산 인수봉을 닮은 산정상이 마치 하나의 큰 바위로 보이는 희양산 봉우리 자락 밑에 위치하고 있는 봉암사 절도 기가 막히게 멋지게 자리잡고 있다. 주변 산세도 멋지거니와 절 또한 여느 사찰과 또 다른 모습으로 사찰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절이다. 과연 봉암사는 수양도량으로 성철스님을 비롯하여 종정4명 총무원장6명등 불교계의 걸출한 유명한 인물들을 많이 배출한 사찰답게 규모또한 웅장하다.
대웅전 앞 마당에는 하얀연등이 수도없이 걸려있다. 여느절에는 형형색색의 알록달록한 연등이 걸려있는데 사찰 전체에 하얀 백등만 걸려있어 그런지 더욱 신비스럽고 특이해보인다. 대웅전 옆 금색전 앞에는 경주에서도 많이 보아온 삼층석탑이 오랜세월동안 변함없이 서있다. 보통의 석탑들은 대웅전 앞에 세운다고하니 아마도 금색전이 예전의 대웅전이 아닌가하고 추측이 된다고 한다. 봉암사는 신라시대때에 지증대사가 세운절로서 삼층석탑과 지증대사의 사리가 모셔져있다는 적조탑과 신라말 대학자 최치원이 비문을 쓰고 글씨는 봉암사의 승려 석혜강이 써서 새겼다는 적조탑비등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적조탑비 앞에서 중형 카메라로 한참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 아저씨 한분에게 승려한분이 오더니 사진촬영을 하지 말라고하여 두사람이 옥신각신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사진을 다 찍었던터라 모르는척 카메라를 뒤로 숨겼지만 1년에 한번 개방하면서 사진까지 찍지 못하게하는 처사가 너무 야박하게 느껴진다.
대웅전앞 새건물에는 점심공양을 받으려는 인파로 줄을 길 게 서있다. 10시30분 쯤되자 점심공양이 시작되었다. 평소 절밥을 한번 먹어보는게 소원이었다는 금도현회원의 소원도 풀어줄겸 우리도 줄 뒤에 섰다. 그많던 인원들이 미리 준비된 자원봉사자들의 재바른 배식으로 금세 비빔밥 한그릇과 우거지국 떡 한덩이의 정량을 받아들고 적당한 나무그늘아래에서 한 술 떤다. 밥이 물을 많이부었는지 떡밥이다. 다들 꼬실한 된밥을 좋아하는데 떡밥으로 된 비빔밥이 생각보다 맛이 없어 실망이다. 누구보다 금도현 회원이 실망이 크다. 다들 한그릇을 다 비우지 못하고 남긴다. 떡은 맛이 좋다. 공짜밥 한그릇씩하고 절 구석구석을 구경한 후 계곡을따라 오른다. 18년동안 개방을 하지 않은지라 계곡이 그야말로 청정도량이다. 수량도 좋아 여기저기 버들치같은 토종 물고기들이 한가로이 헤엄쳐 다닌다. 얼마전에는 모 방송국에서 자연다큐로 봉암사의 사계를 방영한적이 있었는데 이 프로그램을 보고 각지에서 봉암사를 찾아와 스님들이 곤욕을 치루었다고한다. 결국에는 몇주후 그 방송국에서는 자막으로 봉암사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방송을 내 보내었다고 한다.
10여분을 오르니 물놀이하기에는 너무나 좋아보이는 넓다란 너럭바위로 계곡물이 흐르고 우뚝선 큰 바위에는 마애불상이 선명하게 새겨진 멋진곳이 나온다. 백운대다. 여기까지만 개방되는지 백운대 계곡 위에는 진입을 통제하는 사람들로 보이는 몇몇이서 감시의 눈초리로 올라가지 말라고 한다. 1년에 한번 개방을 하면서 산을 통제하는 이유는 또 뭔지... 기분이 엄청 나빠질려고 한다. 아무래도 계곡위로는 올라 갈 수 없을 것같아 다시 왔던길로 내려가다 적당한곳에서 후다닥....마치 전투작전을 연상케 하듯이 서로의 마음이 통했는지 등고선 네명이서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등산로 옆 나무사이로 뛰어들었다. 가슴을 두근그리며 50여미터를 접어들고 나서야 한숨을 돌리며 씨~익 웃는다. 바로 다른 등산로를 만났다. 백운대로 오기전 출입금지 줄이 쳐져있던 등산로이다. 봉암사 승려들이 이용하는 등산로인 모양이다. 얼마가지 않아 뒤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와 긴장을 하는데 다른 등산산객들이다. 용케 올라왔는지 어디로 올라왔느냐고 물어보니 너무나 당당하게 봉암사 절 뒤로 왔다고 하면서 술냄새를 풍기며 노래까지 부르며 큰소리로 떠덜어 댄다. 별로 가까이 하고싶지 않아 앞에보내고 멀찌감치 떨어져 가기로 했다. 일반인들이 출입을 하지 않아 등산로에는 쓰레기 조각하나 없다. 대신 취나물 고사리등 산나물들이 흔하다. 고사리는 이미 너무 억새져 먹을 수 없을 정도이고 취나물을 조금 뜯어 금도현 회원이 점심때 쌈을 싸 먹자고 한다. 이럴 줄 알았는지 오늘은 내가 쌈장에 고추도 몇 개 가져왔다.
얼마를 올라가니 큰 바위를 지붕으로 한 천혜의 은신처로 손색이 없어보이는 곳에 기도처를 만들어 놓았다. 수양하는데 시계도 필요한지 어울리지 않게 크다란 벽시계까지 걸려져 있고 주변에는 밭을 만들어 여러 가지 채소까지 재배하고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더 이상 등산로로 진행하지 못하고 길없은 곳으로 우회하여야했다. 앞서가던 등산객 두명이 보초를 서고 있는 승려들에게 쫒겨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괴산쪽에서 올라와 만나는 지름티재 고개인데 몰래들어온 죄로 다시 내려서 등산로 없는 길로 헤메어야 했던 것이다. 인적이 거의 없어 낙엽이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길 아닌 길로 거의 3시간을 헤메어야 했다. 바로 머리위에 있는 바위가 정상인 것같은데 올라갈 수 없어 옆으로 돌아 능선을 넘으면 또 막다른 낭떠러지이고 하기를 여러번 반복한 후에야 겨우 지름티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름티재에는 괴산방향에서 올라온 등산객들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경고문 뿐만아니라 아예 나무 울타리를 단단하게 차단하다 못해 승려 몇 명이서 절대로 넘어오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보초를 서고 있었다. 그동안 체력을 너무 소모해 다들 지쳐있었지만 다시 등산로에서 사람들을 만나니 힘이 난다. 여기서부터는 괴산에서 올라오는 등산로로 연결되는 개방된 등산로이다. 마음 푹 놓고 쉬면서 회장님께 전화를 하니 오늘 체육대회를 한다고 했는데 엉뚱하게 희양산이라고 하니 놀라신다. (모두에게 비밀로하고 왔는데 회장님 한번만 눈감아주세요....체육대회 하기로 정해지기전부터 계획된 산행임)
20~30여분을 거의 급경사로 올라가는데 길도 좁거니와 아주 위험한 코스임에도 안전시설은 전무하다. 겨우 가느다란 로프 한 줄만이 서너군데 메어져 있다. 일부러 오지 말라고 설치를 하지 않았는지 위험 천만이다. 조심 조심 올라가는데 갑자기 위에서 돌이다~~~~~하고 외친다. 누군가가 잘못 밟았는지 돌덩이 가루 십수개가 떨어지는데 겨우 엎드려 다행히 다친 사람없이 모두 무사한다. 산행하는 사람마다 봉암사의 처사에 불만을 토로한다. 사찰 주위는 통제하더라도 일부 등산로는 개방 할 수도있을텐데.. 어렵게 올라 정상에 도착하니 이미 시간은 3시 40분이다. 아까 봉암사에서 비빔밥을 조금 먹긴했지만 점심시간이 많이 늦었다. 정상 밑 넓은 바위에서 우리의 만찬을 꺼내놓고 지금껏 다녔던 산중에서 최고로 좋은 위치 조망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오늘은 김이돌회원이 파를 빠터린 대신 아까 뜯은 취나물을 살짝 대쳐 쌈을 싸서 먹으니 나물 향기가 그만이다. 오래 지체할 시간이 없어 서둘러 내려오니 오늘은 부산에서 산악회 여러팀이 많이 왔는지 줄줄이 내려간 후 군데군데 안내표시가 되어있어 하산길은 쉽게 내려올 수 있었다. 한참을 내려운 후 오늘도 혹사당한 발을 물 좋은곳에서 탁족으로 피로를 풀고 하산하니 6시 가까이 되었다. 그때까지 봉암사 입구에는 주차한 차들로 꼬리를 물고 있었고 끝임없이 새로운 차들이 들어오고 있다. 우리가 주차해 놓은 곳까지 한참을 내려가며 지나는 차를 얻어탈려고해도 빈 자리 있는 차는 없다. 어렵사리 한자리를 얻어 금도현 회원이 타고 내려가 주차해둔 차를 가져와 중간지점에서 차를 타고 올 수 있었다. 이제가면 또 언제 올 수 있을려는지 여느 산과 다르게 희양산은 다시 올 기회가 적어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채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登 苦 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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